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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한국말은 까다로운가?

“교수님!  한글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가는 글인 것 같은데 왜 한국말은 까다로운지 잘 모르겠어요.” “글쎄다.”     연세대학교에 다닐 때, 한글 맞춤법의 권위자였던 고 최현배 교수에게 한 질문과 그에 대한 최 교수님의 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한글은 두말할 것 없이 세계 최고의 글자다. 웬만한 소리는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우수한 글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별로 높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글자 때문이 아니라 까다로운 한국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첫째, 한국말은 말 자체가 무척 까다롭다. 높임말이 있고, 받침이 있는 낱말과 없는 낱말이 있고, 같은 글자도 띄어 쓰거나 붙여 쓰는 경우가 있다.     둘째, 한국말을 연구하는 학자들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최 교수님의 “글쎄다”란 답변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한국어 학자들은 낱말을 더 쉽게 쓸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보다 낱말의 ‘유래나 과학적 구조’ 분석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한국어 낱말의 말본이 너무 까다로워 낱말의 옳고 그름이나 맞춤법에 대해서 일반 사람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장교로 복무하며 군 교육기관에서 대한민국 헌법을 강의했고, 예편한 뒤에는 신학교에서 교회사를 강의했다. 20여 년 동안 목회를 하며 설교문을 썼고 책도 두 권 펴냈다. 그리고 요즘도 글을 쓰고 있지만  “어! 이게 맞는 말인가?” 할 때가 종종 있다. 맞춤법에 맞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과거 공부했던 것과 달라진 것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 기사의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英 프 獨’ 이란 낱말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내용을 읽어 봤더니 ‘영국과 프랑스, 독일’ 세 나라를 줄여 이렇게 쓴 것이었다. 우리는 외국어 표기법에 따라 프랑스라고 쓰지만 과거 프랑스 친구가 내게 한 말이 생각났다. 그 친구는 “불어에는 프랑스란 낱말이 없다”는 것이었다.      한인들 모임에 가면 자주 듣는 것이 ‘파이팅’이라는 말이다. 아마 영어의 ‘fight’에서 유래한 말인 것 같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이런 말을 빌려다가 용기를 북돋워 준다는 말인가!     우리 한국말엔 훌륭한 격려의 말이 있지 않은가. 그것은 바로 “아자!”다. 파이팅에 비할 수 없는 아주 멋진 말이다.   끝으로 우리말로만 된 재미있는 글을 하나 소개한다. ‘넓은 들에 있는 콩밭의 콩들을 잘 훑은 뒤 집에 따 놓은 팥과 버무려 죽을 쑤어 핥아보니 그 맛이 기막히다. 이게 콩죽이냐 팥죽이냐?’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한국말 한국말 때문 우리 한국말 한국어 낱말

2024-10-06

[문화산책] 세계인이 사용하는 한국어

이른바 K-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한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타향살이 나그네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한글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세계적으로 많이 늘어나고 있고, 권위 있는 영어사전이나 주요 언론에 한국어가 번역 없이 그대로 사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지난 2021년, 새로운 한국어 낱말 26가지를 사전에 올렸다. 한 문화권에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단어가 들어간 건 초유의 일이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 음악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흥행 등 ‘한류(hallyu)’ 문화의 성공으로 인해 한국어가 전 세계 영어 사용자들에게 노출되며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어서, 마냥 자랑스러울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국어는 주로 K-팝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이 쓰는 말이나 음식문화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어라고 말하기 어려운 신조어들도 여럿 사전에 실려 있다.   한류(hallyu), 만화(manhwa), 피시방(PC bang), 트로트(trot), 한복(hanbok), 학원(hagwon), 대박(daebak) 등 한국 고유의 문화를 반영한 낱말들도 표제어로 실려 있다. 누나(noona), 오빠(oppa), 언니(unni), 막내(maknae) 같은 호칭이나 애교(aegyo) 등은 한국어 본디의 뜻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예이다.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는 Aegyo(애교)가 ‘한국 대중문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특히 아이돌 걸그룹이 하는 행동’이라고 적혀 있다.   가장 많은 것은 음식 관련 용어다. 반찬(banchan), 김밥(kimbap), 불고기(bulgogi), 갈비(galbi), 삼겹살(samgyeopsal), 된장(doenjang), 동치미(dongchimi), 잡채(japchae), 치맥(chimaek), 먹방(mukbang) 등….   이런 것들을 빼면 꼰대(kkondae), 갑질(gapjil), 재벌(jaebeol), 전세(jeonse) 같은 낱말이 눈길을 끄는데, 대체로 부정적 의미의 낱말들이다. 얼마 전 영국 BBC 방송은 최근 한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묻지 마 식 범죄’를 집중보도하면서, ‘묻지 마’를 알파벳으로 그대로 표기한 ‘Mudjima’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국 사람들이 걸핏하면 주먹 불끈 쥐고 내지르면서 외치는 ‘파이팅!’은 아예 한국어로 인정되어 paiting으로 표기하고, 한국에서만 고유하게 쓰이는 콩글리시(Konglish), 스킨십(skinship) 같은 말들도 사전에 실렸다. 위키피디아에는 고수(Gosu), 초보(Chobo)라는 단어도 등재돼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한국인 게이머들이 사용한 단어가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진 덕분이다.   물론 한국어가 세계인의 언어로 대접받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세종대왕님께서도 기뻐하실 것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품격 있고 고운 우리말이 바르게 알려지고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위에서 예를 든 대로, 지금은 K-팝 중심의 젊은 세대나 음식문화 중심의 낱말, 국적 불명의 신조어, 콩글리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부정적 단어들이 주를 차지하고 있다. 사전이나 언론의 속성상 화제가 되고 사용 빈도가 높은 낱말을 우선 싣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앞으로는 우리 정신문화의 본질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한국어가 널리 세계화되도록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힘쓸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집안 단속인 것 같다. 밀려드는 외래어에 속절없이 무너져가는 한국어를 제대로 지켜내는 일, 우리말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국민에게 알리는 일…. 지금 한국 사람들은 외래어나 신조어를 아무 의식 없이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외국어 실력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며 우쭐거리는 것 같다. 위험하다! 매우 위험하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세계인 한국어 한국어 낱말 한국어 본디 사용 빈도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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